제가 영양사로 일할 때 메뉴가 '비밤밥'인 날에 계란프라이는 '완숙'으로 나갔는데요. 사실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영양사들은, 특히 병원이나 어린아이들이 있는 학교에서 일하는 경우 '계란 반숙'은 상상도 하지 못합니다. 혹시 모를 식중독의 위험 때문인데요. 그럼 오늘은 계란과 식중독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계란을 덜 익히면 식중독 위험이 있나요?
네, 그렇습니다.
달걀에서 주로 일어나는 식중독은 '살모넬라'균에 의한 식중독인데요. 닭의 분변을 통해서 주로 오염이 됩니다. 하지만 이 균은 열에의해 죽기 때문에 완전히 익혀먹기만 하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정확히 말씀드리면 70℃ 이상에서 3분 이상, 75℃에서 1분 이상 가열하면 모두 사멸합니다.
계란 프라이는 팬에서 익히니까 반숙이더라도 70℃ 이상에서 3분 이상 가열하지 않나요?
계란 프라이에서 노른자는 보통 65℃부터 익기 시작해서 70℃가 되면 완전히 응고가 됩니다. 하지만 덜 익었다는 것은 노른자 내부까지 70℃ 이상의 열이 전달되지 않았다는 의미가 됩니다. 즉, 팬에 닿는 부분은 70도 이상이지만 내부와 노른자의 가장 윗부분은 70℃ 이상이 되지 않아 익지 않는 것이랍니다. 따라서 살모넬라 균이 완전히 죽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삶은 달걀은 끓는 물에서 오랫동안 삶으니까 괜찮지 않을까요?
살모넬라균은 껍질에 묻어있을 테고, 껍질채 삶았으니 가운데 노른자가 익지 않더라도 괜찮지 않을까요?라고 생각하실 텐데요. 요즘 계란들은 세척이 되어 나오는데요. 세척을 하면 계란껍데기에서 세균침투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큐티클'층이 훼손됩니다. 따라서 만약 달걀껍데기에 세균이 있었다면 침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달걀을 완전히 익히지 않고 섭취해서 발생한 식중독 사례는 매우 많습니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 영국 등 해외에서도 많은 보고가 되고 있는데요. 미국의 질병통제센터에 의하면 '살모넬라균에 의한 식중독의 80%가 반숙계란이나 날계란을 먹고 발생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영국의 국립보건권에서도 특히 '임산부, 영유아들은 반숙달걀을 먹는 것을 삼가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계란을 씻어서 사용하면 살모넬라균이 없어지지 않을까요?
2020년부터 "식용란 선별 포장 유통제"가 도입되어 계란이 위생적으로 처리되어 판매되고 있습니다. 2022년부터는 가정용뿐 아니라 업소용에도 적용이 되었기 때문에 사실상 대부분의 계란은 살모넬라균으로부터 많이 안전해졌습니다.
아래 포스터는 식약처에서 배포한 자료입니다.
따라서 사실상 마트에서 구입한 계란은 씻어서 사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100% 완벽하지는 않으니 일부 살모넬라균이 살아있을 가능성도 있겠지요?(이건 저의 생각입니다.) 하지만 씻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씻는다고 해서 달걀에 묻어있던 살모넬라균이 다 사라진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라고요? 반숙을 먹지 말라고요?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달걀에 대한 공포심을 심어주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단지, 식중독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임산부, 어린이, 어르신들, 질병을 치료 중이신 분들은 조심하셨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모든 식재료는 어떤 식으로든 식중독의 위험이 있습니다. 생채소의 경우에는 물이 노로바이러스에 오염된 경우 세척과정을 통해 오염이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어떤 식품을 먹든지 항상 주의가 필요합니다. 냉장고와 같은 낮은 온도에서도 증식하는 세균도 있으며 가열해도 살아남는 지독한 식중독균들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식중독에 걸리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병원에 가지 않고 수분섭취만 잘하면 며칠 내에 회복이 됩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임산부, 어린이, 어르신, 환자분들에게는 식중독이 큰 위험으로 다가올 수 있으니 반드시 주의하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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